산행한 날: 2013. 2. 26 . 화요일 날씨 흐림
산행한 곳: 양양 합실골( 겨울속의 봄 트레킹)
산행 구간: 합실교 - 합실골 - 모덤터 - 좌골 - 우측 지능선(910봉) - 우골 - 합실골 - 합실교 (산행시간 9시간)
추위도 한 풀 꺽인듯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느낌도 부드러워졌다.
개울가 버들강아지 움 틔우는
재잘거리며 봄이 오는 소리
한 낮의 햇살이 좋아라
내게로 다가오는 달가운 모습을 보면서,
양양 오지산행 두번째로
법수치리 합실골을 찾았다.
아직은 겨울의 산중이고
얼음과 눈으로 뒤덮혀 있으나
해빙기에 있어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합실골!
어려움과 고난의 산행길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합실교를 건너면 합실골 산행의 시작에 앞서 마음을 추스르며,
합실민박에 이르자 견공이 낮선이의 접근을 알리는 소리에 주인장이신 김대기씨가 창밖을 내다본다.
아니! 정말로 산에 가느냐며 놀라워 하며 집에 들어와 차라도 한 잔 하시고 가시라는 따뜻한 권유를 하산하여 마시겠노라고 정중히 사양하니 들머리 길을 알려주신다.
김대기씨 집에서 합실골 가는 들머리 길은 마당을 질러가는 것이 아니라 남대천으로 내려가는 샛길을 따라 오르지요.
남대천과 만나는 합실골 합수점
저기서 부터 합실골 산행 시작이어야 하지만 길을 따릅니다.
잘 닦여진 산길을 따르고,
합실골에 첫발을 딛으니 얼음과 눈으로 뒤덮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곳의 모양새를 그려보며 건너갑니다.
다시 또 합실골을 건너기에 앞서 가슴으로 합실골을 안아보면서,
합실골을 건너왔다 건너가기를 헤아리다가 잊어버렸네요.
또 다시 건너갑니다.
지난 겨울비에 꽁꽁 얼어 붙어던 골짜기의 얼음이 녹아 흘러내려간 흔적을 보면서 또다시 건넙니다.
그렇게 길은 건너기를 반복하는데 골짜기 건너편에 길을 닦아 놓기위해 돌축대를 쌓아 놓은 흔적이 보이네요.
비록 눈은 쌓여 있지만 집터 흔적과 개간한 밭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던 모양입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은 여기까지...
아뭇것도 남겨놓은 흔적 없고 깊고 깊어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합실골의 적막을 깨우며 나홀로 들어가지요.
옆 사면길에서 벗어나 얼어붙은 골짜기를 오르기에 앞서 나의 흔적 하나 남겨두고,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얼음 길을 오르는데 얼음이 깨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처 버릴 수가 없네요.
한 길이 넘어 보이는 깊고 깊은 담 오싹한 느낌이 들지만 우측 얼음 가장자리를 따라 오릅니다.
오르기에는 부담없어 보이나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하여 좌측으로 걷기 좋은 길을 따라 우회하여 오르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깊이도 들어왔나 봅니다.
골짜기에 드리워진 덩굴 넘어 저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는데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험하네요.
합실골은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참 너르네요.
들어가도 변함없이 마당처럼 넓기도 합니다.
합실골과 만나는 미래골 저 곳으로 오르면 1200봉을 올라 광불골과 연계하여 산행 할 수 있는곳인지 모르겠어요.
눈과 얼음이 녹아 뒤엉켜 얼어버린 골짜기가 협곡처럼 다가오지만 염려하며 오를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안쪽에 이르니 약3m의 폭포를 만나 눈길을 오릅니다.
빙벽을 이루는 협곡다운 골짜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제법 높은 빙폭 아랫쪽으로는 깨진 얼음 조각과 눈이 뒤엉킨체로 얼어붙은 모습이 무척이나 산만하기 이를데 없지만,
빙폭 우측편의 숨어 있는 빙벽을 담고,
빙폭을 오르기에 앞서 또 하나의 나의 흔적을 남겨둡니다.
빙폭 상단부에서 내려다본 풍경
빙폭 상단부의 골짜기에는 산짐들이 산과 산을 연결하는 분기점으로 오가는 그들만의 길인가 봅니다.
또 하나의 작은 빙폭을 오르니,
좁고 좁은 협곡을 닮은 곳에 심연이 자리하고 있네요.
눈과 얼음의 향연을 이루는 산행길의 합실골에서 처음으로 우회하여 오릅니다.
빙폭과 눈 쌓인 급사면을 보고 넋을 놓고 처다봅니다.
좌우측 어디를 봐도 우회길이 없어보이는데 여기서 포기하고 좌절감을 안고 내려가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길은 있더이다.
빙폭을 우회하여 눈 쌓인 급사면을 따라 올라와서 뒤돌아본 풍경
연이어지는 빙폭 약5m 거칠하게 얼어붙어 어렵지 않게 오릅니다.
빙폭 상단부에 이르니 커다란 바위를 끼고 돌아가는 골짜기는 얋게 얼어붙은 얼을 길을 보고 고심하다가 바위 뒤편의 틈으로 우회하여 오릅니다.
바위 틈을 비집고 나와서 바라보는 올라가야 할 골짜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져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징검다리 건너듯 눈 덮힌 바위를 밣으며 올라가기도 하면서.
눈세상의 골짜기 뜻하지 않게 부드러운 발걸음이어서 흐르는 땀방울을 비로서 식혀봅니다.
오를수록 많은 눈으로 쌓여있는 골짜기와의 싸움은 나와의 대결로 치닫습니다.
좌측으로 부드럽게 쌓인 눈위로 골짜기를 만나는데 저기를 따르면 복룡산을 싶게 오를수 있을듯 싶지만 내 갈길은 저 곳이 아니므로 앞으로 가야 할 골짜기를 따르지요.
합수점을 지나 바라보는 합실골
모질고 힘든 여정의 합실골 산행길 ~^^
이제서 쉬었다 가야겠습니다.
바위를 따라 많이도 좁아진 골짜기를 따라 눈과 얼음을 재끼며 힘들게 오릅니다.
연이어져 올라가는 비좁은 골짜기이지만 어려움없이 수월하게 오를 수 있기도 하고,
작고 비좁은 바위 협곡의 끝자락에 이르니 와폭 형태의 빙폭을 오르니,
살짝 얼어붙은 얼음위로 눈으로 뒤덮힌 담을 만났는데 그야말로 함정아닌 함정!
우회로를 찾아 오르니 허리춤까지 쌓인 눈으로 인하여 오를기를 포기하고 빙폭 아랫쪽 가장자리에 붙어 위험을 감수하며 아찔하게 오릅니다.
골짜기로 밀려 내려와 쌓인 눈의 높이가 3m는 족히 되보이는데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게 위태롭게 버티고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릅니다.
합수점!
우골은 응복산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골짜기이고,
좌골은 만월봉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골짜기
길은 합수점 사이 지선을 따라 만월봉에 오르지만 나의 길은 좌골입니다.
합수점을 지나 좌골의 골짜기를 가득메운 눈을 만났어요.
합수점 위로 가야 할 길의 산세를 살펴보니
절벽에 가까운 수준의 험한 지형을 자랑하고 있는데
무모한 길을 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양사면에서 밀려 내려온 눈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색다른 눈산 위에서
올라가야 할 합실골의 최상류 지대 오름길을 바라봅니다.
모양새는 바위 협곡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눈으로 가득 메워져 있는 그 모습에 마음이 위축되어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합실골의 겨울 산행길를 아쉽게도 여기서 접어야겠습니다.
골짜기를 버리고 우측의 급사면의 오름길!
고도를 높일수록 쌓인 눈은 많고 내 발걸음 뒤로 눈덩이 굴리니 눈사태를 이루더이다.
전진도 어렵고 후진은 더더욱 곤란한 상황
나무줄기를 움켜잡고 위험을 극복하며 오릅니다.
커다란 서어나무 줄기에 기대어 서서 합실골 최상류 지대와 만월봉을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만월봉 대간길로 올라가는 눈쌓인 지선길도 고난의 산행길이지요.
좌우측 우회로도 없는 하나의 길!
눈 쌓인 칼바위 능선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니,
지선 좌측으로 조릿대 밭이 보이는데 다행이 눈이 없어 눈길을 피해 오르기도 합니다.
가파른 지선길을 지나 조금은 완만해 보이는 지선길을 만났는데 분위기가 달라도 많이 달라보이네요.
가파름에서 벗어나 와닿는 모든것이 완만하여 대간길에 오를수도 있겠구나!라는 자만심도 갖어보지만 그것은 오만에서 비롯된것임을 깨닫습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도저히 진행 불능!
잠시 눈위에서 가장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러셀에 힘을 보태지만 어디까지나 만월봉 정상에 오르고 싶은 욕심에 불과합니다.
오름길을 포기 해야겠습니다.
지나친 산행 욕심은 조난을 부르는 법!
내려가는 길도 결코 쉽지않은 길이므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하산길에 대하여 고민합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것도 절벽에 가까운 급사면 길이 무섭고 하여,
옹복산에서 발원하여 내려온 골짜기인 나의 오름길 우측 골짜기로 내려갑니다.
푹! 푹! 빠지는 눈길~
쌓인 눈 중간층이 살짝 얼어 있어 눈속에 빠진 발은 빼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무릎 골절상 입기 십상이네요.
무릎을 보호하기 위하여 뒷걸음으로 내려가면서 지나온 길
응복산에서 발원한 골짜기를 내려왔습니다.
골짜기에서 뒷걸음으로 내려온 지나온 길을 바라보고,
상류쪽 골짜기를 바라보니 쌓인눈이 여간하네요.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보니 골짜기 내림길도 고난의 산행길이지요.
러셀하며 내려가는 골짜기 길은 아직까지 유순하지만 어떤 모습이 숨어있을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하여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여유도 갖어보고,
잡목으로 무성한 눈 쌓인 길을 만들며 내려갑니다.
골짜기에 물이 흐르는지 얼음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림 길은 조금씩 험악해지고 있네요.
듬성듬성 보이는 소를 피하여 내려가는 길은 그만큼 더 힘들어집니다.
우회하여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보고,
수북히 쌓인 눈을보니 눈속으로 빠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워 조심스럽게 올라가기도 하면서,
염려스러웠던 마음처럼 별일없이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내려가는 골짜기 길에 눈구덩이와 물도 보이고 어디로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합니다.
하나의 험로 구간을 벗어나니 전혀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네요.
눈사태 지역을 만났어요.
다행히도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라 눈은 딱딱하게 얼어있어 다른 구간보다도 수월하게 지나갑니다.
눈사태 지역 아랫쪽으로는 급경사의 폭포로 의심되는 구간이 나를 반겨주네요.
와폭에 가까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고,
내려가는 길이 험하고 위험도 따르다 보니 많이도 뒤를 돌아 보게 됩니다.
좌지류와 만나는 합수점에 이르렀는데 누군가의 발자국을 만납니다.
분명히 내 발자국은 아닌데 그런대로 반가워 내려가보니 이곳에 사는 산짐승의 발자국임을 확인하고 덕분에 손쉬운 발걸음으로 내려갑니다.
바위가 드러나 보이는 소를 지나고,
얼음 구멍도 보면서 섣불리 발을 딛을 수가 없어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긴장이 엄습 해옵니다.
그렇게 애쓰며 고난의 험로를 개척하며 내려오다 보니 바위 구간에 빙폭 지대에 이르게 되는데,
하류쪽으로 드디어 내가 지나갔던 합수점이 보여서 반가워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네요.
합수점! 빙폭 아랫쪽에 나의 발자국이 보이는데 너무나도 반갑네요.
모덤터가 있는 합수점 아래!
떨어질듯 위태롭게 서있는 눈덩이 저 아래로 올라올 때만 하여도 얼음위를 걸어왔는데 그사이 물이 보이네요.
올라왔던 골짜기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길입니다.
그사이 눈과 얼음이 많이도 녹아내렸습니다.
합실골의 자연 얼음 함정에 빠지면서 밀려오는 지루함이 힘든 산행이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합실민박 김대기님의 애견 진돗개가 되돌아 오는 나를 보고 낮선이의 접근을 경고 해주지만,
주인장은 집을 비우고 어디로 출타를 하였는지 인사도 못하고 지나갑니다.
원시의 골짜기 합실골!
이곳도 산림청에서 임도를 개설할 계획이 있는가보다.
산림을 가꾸는 계획이라 하지만
싫어요. 저는요. 정말 싫어요. 그대로 자연 그대로 두었으면 해요.
응복산과 만월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모여드는 합실골!
소와 담이 연이어지고 V 협곡 등 다양한 경관을 간진하고 있는 원시의 분위기 그대로인 합실골!
원시의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곳이 합실골이 아닐까 싶다.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 내려온 산행길이었지만
그 어느
산행보다도
값지고 멋지고 멋진 산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