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십이담계곡 - 망대암산 - 용수골 - 귀둔리 - 황골 - 대선봉 - 망대암산 - 십이담계곡 (산행시간 12시간15분)
움직임이나 흔들림 하나 없이 고요한 상태로 잠들어 있는 주전골!
행여나 나의 발자취가 고요함을 흔들어 놓지나 않았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으로 주전골 골짜기를 뒤돌아 멀리 대청봉쪽 하늘위를 바라보니 희미한 여명의 빛이 드리워지고 있네요.
와폭의 형태로 열두 번 굽이 굽이 12단 12폭으로 흘러내리는 십이폭포를 바라보면서...
십이담계곡으로 들어갑니다.
어둠이채 가시지 않은 십이담계곡을 환한 빛으로 밝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뒤돌아 보고...
조금씩 오를수록 수해의 흔적은 뚜렷한데 자연복구되는 모습은 어디에서든 보이지 않는다.
바위위를 땡그르 구르다가 튀어나간 물방울들이 얼어붙은 와폭을 만나고...
물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 바위는 여지없이 꽁꽁 얼어붙은 얼음 바윗길을 지나...
좌,우골이 만나는 합류지점에 이르렀다.
합류지점에서 뒤돌아 보며 몇 해 전 골골을 헤메던 산행 추억을 생각하면서...
좌골의 살짝 얼어붙은 폭포를 오른다.
풍부한 숲으로 덮혀 있었을 이골짜기도 겨울나무의 헐벗은 나뭇가지들로 인해 볼품없어 보이고...
나뭇잎이 지고 가지만 남아있는 골짜기의 모습은 무척이나 스산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살이 빠져서 뼈만 남을 만큼 바짝 마른 왜소한 할미처럼 보이는 엉성한 골짜기가 또다른 합류점을 만나 잠시 머뭇거리다 곧게 올라간 좌골로 오르고...
앙상하고 엉성하게 보이는 골짜기에 그나마 하얀눈이 휘뿌려 놓아 조금은 나아 보이는데...
오르는 길이 너무도 식상하여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만물상의 모습이 바위화 같아 한송이 꽃이라도 받은 느낌이구나!
좌로는 메마른 낙엽이 우로는 눈발이 흩날린 흔적으로 서로 대조를 이루는 V형태의 골짜기를 조용히 따라 올라가니,
얼음으로 뒤덮힌 바위 위쪽으로 지선이 하늘금을 이루는것으로 보아 골짜기의 최상류 지대에 이른것 같다.
만물상과 1474봉으로 보이는 대간 한봉의 모습을 바라보고...
빗물에 하염없이 쓸려내려가고 있는 골짜기도 속살을 들여 내놓고 깊은 겨울잠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며 우측 지선을 따라 올라간다.
지선에 올라 바라보는 대청봉 산마루에 흰 구름 한 덩이가 걸처 있고...
지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눈길이지만 선명하게 길의 흔적을 볼 수가 있고...
산철죽 나무가 자생하는 지선 길을 따라 오르다가...
불청객의 방문에도 당황해하는 기색없이 태연해 보이는 까투리와 눈빛을 교환합니다.
주목나무 뒷쪽으로 산등성이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정상이 멀지 않은듯 하고...
여기는 백두대간의 한 산등성이! 좌로가면 점봉산이고, 우로 몇 미터만 가면 망대암산
망대암산(1234m) 산마루에요.
지선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우측 사면으로 나있고 망대암산 산마루에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 봅니다.
저 능선 따라 올라가면 점봉산인데 안개로 인하여 보이지않고...
한계령쪽 대간 길도 안개로 보이지를 않아 아쉬움이 크지만...
망대암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간 대선봉을 중심으로 작은원진개골로 내려 가야 되는데 지도가 없다.
지도를 보았다면 우측 골짜기로 내려가는것이 산행 길이었지만 좌측골이 부드럽고 미끈하게 뻗어 내려간 모습에 현혹되어 내려간다.
산아래 귀둔리 마을에서 저 지선을 따라 여기 망대암산을 올라오게 될 줄은 꿈에서도 미처 모르는체...
망대암산에서 골짜기로 내려가는 용수골은 산목련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길인데 결코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산목련나무 자생지를 지나 주목나무가 서 있는 곳에 이르자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눈 쌓인 용수골 상류 골짜기는 얼어붙어 있고...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하얗게 얼음으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골짜기!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해가기 위해 춥고 긴 겨울을 소리없이 준비 하는가 봅니다.
모두가 잠든 깊고 깊은 골짜기 속에서도 물은 쉼없이 흐르듯이 나의 발걸음도 계곡물 따라 흘러갑니다.
골짜기를 내려가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그렇게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뒤돌아본 합수점! 좌측으로 직선으로 올라간 곳에서 내려왔고 우측 골로 올라가면 점봉산을 오를듯 싶다.
합수점을 지나 내려가는 길
좁고 긴 바위틈으로 흘러내려오는 계곡물이 얼어붙어 가는 모습 아래쪽으로는...
그런대로 평탄해 보이는 암반위를 흐르는 계곡물 가장자리는 얼음으로 변해가고 있고...
용수골의 가장 멋진 3단의 와폭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짧은 기쁨을 안고 가노라니...
오래된 임도를 만나 편안하게 걸어가는 길
임도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길을 걷다 작은 형태의 와폭을 담고...
조금은 거칠게 꺽여져 내려가는 또다른 와폭을 만나고...
두번째 만나는 합수점에서 바라본 골짜기!
저 곳으로 오르면 작은점봉산으로 올라갈듯 싶은데...
여기서 용수골 산행을 마치고 앞으로 갈 길을 고민 해 본다.
저 길의 끝이 있을까? 어떤 모습일까?
어렵고 힘들게 온길 어디 한번 가보자구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데 함 누구에게 물어보지... 보이는건 나를 보고 짖는 개 뿐인데 물어보면 알려주기나 할까?
난감하다. 이럴때를 대비해 지도만큼은 꼭 챙겨어야 되는건데 거기다 핸드폰도 없으니...!
그런데 이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를 갔을까? 겨울숲 처럼 다들 잠들지는 않았을거고...
그래 여기서부터 직감 산행이다.
저 멀리 산 줄기를 타고 오르는거야?
민가를 지나면서 한적한 곳에서 먹이를 찾던 멧돼지 무리가 줄행랑을 치는 모습 중 한 쌍을 잡았다.
밭 가상자리 어디를 보아도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어수선한 골짜기를 오른다.
골짜기를 올라 산등성이에 오르니 길의 형태가 보이고...
한참을 올라 뒤돌아 보니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나중에 지도를 보며 행적을 살펴보니 멀리 굽이굽이 산넘어 가는 길은 진동리 가는 길이란다.
참으로 모질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저 위의 산봉우리에 올라야 진정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을 수가 있겠지...
대선봉(1168m) 산정상에 오르니 대형으로 지어진 토치카가 있고 그 주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토치카들이 구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지형을 살펴보니 흐릿한 안개로 인하여 길을 찾기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지만...
많은 어려움 끝에 길 찾아 가는 길도 멀고 험하다.
고대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찾아온 망대암산이다.
몇 시간전 산 정상에서 외면했던 산줄기를 타고 여기까지 올 줄은 나도 전혀 몰랐다.
망대암산에서 십이담계곡으로 내려가는 대간길에서 바라본 1157봉 줄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십이담계곡 내려가는 삼거리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온 산행길에 대하여 생각도 하고...
산죽밭 길을 지나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그곳으로 조용히 흘러 들어갑니다.
햇살 가득한 날 유리병에 햇살을 담고 싶은 마음처럼 오색약수 물 한모금 마시며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는다.
오늘 만큼 산 주인장을 많이 본날도 없다.
산양이랑, 까투리 그리고 멧돼지 무리...
겨울잠 자지않는 저들은 ~
앞으로 혹독하게도 추울 설악이
춥다면 춥다고 나는 날씨 탓을 많이도 하겠지만,
무엇을 탓하지 않고 사는 저들처럼
설악의 겨울을 가슴에 안아보자!
'설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해맞이 산행 (0) | 2012.01.08 |
---|---|
설악산 ( 미시령 ) (0) | 2011.12.22 |
설악산 (보조암골) (0) | 2011.11.16 |
설악산 ( 봉정골 - 청봉골 - 독주골 ) (0) | 2011.11.04 |
설악산 ( 길골 - 범잔바위골 ) (0) | 2011.10.19 |